‘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가’로 논문을 평가하듯이, ‘얼마나 많이 오마주 되었는가’로 영화를 평가한다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위와의 격차를 현저하게 벌리며 1위를 차지할 것 같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를 2010년대에 보는 경험은, 기록물로서 영화의 순기능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부터 10~20년간 사람들에게 '미래'를 선도적으로 제시하는 첨단 SF영화로서의 역할을 했음에 분명하지만 최근 10~20년간은 반대로 ‘과거’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개척자로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시켜주는 기록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 행성 간 우주여행이 가능하고, 전부 평면디스플레이를 쓰지만, 터치 컨트롤 기술은 없어 버튼으로 조작하는 2001년을 보는 경험은 또 다른 측면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미 50년 전에 이런 작업을 하고 노하우를 쌓아온 덕분에 지금의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 같은 영화가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편으론 개인적으로 내가 1940년대 생이었다면, 그래서 서른 후반에 이 영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면 느낄 수 있었을 그 전율과 충격을 이제는 – 느린 전개와 어색한 무중력 효과 등 때문에 -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영화가 자꾸 마냥 ‘오래된 옛날’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감독의 결벽에 가까운 미니멀리즘 추구 성향과 세련된 연출 극한의 완성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화 속에 사용된 폰트와 편집 디자인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Timeless Design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이 정도면 스텐리 큐브릭을 영화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아니 스티브 잡스가 IT 계의 스텐리 큐브릭이라 칭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강렬한 떡밥 역할을 한 검은색 모노리스는 정말 J.J.에이브람스의 떡밥들만큼이나 대단한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구구절절 그 출처나 역할을 설명하지 않는 전개 또한 세련되었다.


사진 작가로서의 경력 탓인지 빛과 그림자를 정말 잘 사용한 장면들이 많았고, 이런 장점 덕분에 강렬한 태양빛을 배경으로 하는 우주 공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장면은 그냥 요즘 영화에 가져다 써도 될 정도로 완벽해 보였다. 그 당시에 이런 저런 시각효과만으로도 충분히 평가 받을 만 했을 텐데, 이 영화는 거기에다 HAL9000 과의 대립으로 유발되는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요즘에 한창 다시 이슈가 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그 당시엔 정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으리라 생각된다. 


정말 이 감독은 시대를 앞서 이끈 천재 중의 천재라 사람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스텐리 큐브릭 어머니의 자녀 양육법’이라도 있다면 당장 사다 보고 싶은 심정인데, 이 감독은 심지어 개인 사까지 미스터리하니 더욱 천재로 보인다. 어서 그의 다른 영화들도 더 챙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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