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우리나라의 미디어를 뒤흔들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남는 밥과 김치’ 라는 문장을 앞세운 감정적 기사들이 잦아들 때쯤, 문득 이 일이 굉장히 이상하고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있는 젊은이가, 전문 교육을 받고, 애써 일했는데,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다 죽었다.(??)]


자유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위 문장을 읽으며 ‘안타깝지만, 그 분 시나리오가 시장성이 없었나 보다, 운이 나빠 수익을 못 올렸나 보다. 돈이 되는 다른 일을 찾았어야 했다.’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사람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동을 했는데, 경쟁 상황에 따라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은 정말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아닌가.


존경하는 김규항 선생님이 쓰신 것 처럼 [누구든 제 능력과 개성에 맞추어 정직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사람으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자유경쟁체제에선 영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꼭 무슨 거창한 체제의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우리는 당연히 저렇게 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어떤 것 보다 상식적이고 공감가는 저 일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런 세상을 이루는 일에, 기독교인으로서, 디자이너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과연 최선의 가전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이 사용자의 생활을 바꾸고 회사의 구성원를 먹여살릴 뿐 아니라 관련 업체와 선의의 경쟁사까지 상생을 가능케 하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 아 정말 거창하기만 하다. 매번 질문만 늘어놓기엔 이제 서른 셋이라는 나이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단 좋은 전략을 짜고 제품이 나와 봐야 조금이나마 '되더라 안되더라' 말할 수 있겠지. 당분간 질문은 줄이고 열심히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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